드라마 같은 삶을 살다간 콜 포터

비디오 대여점에서 영화 한 편 빌려보려고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작품이다. 사실 영화보다는 대중가수들의 공연을 보는 재미가 더 쏠쏠하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엘비스 코스텔로, 다이애나 크롤, 로비 윌리엄스, 셔릴 크로, 알라니스 모리셋, 나탈리 콜 등이 잔뜩 나온다.

간간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그들을 찾는 재미에 스토리를 놓치기도 했지만, 공연을 듣는 것만으로 아주 만족스러웠다. 많은 가수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사람은 알라니스 모리셋이었는데, 뮤지컬 춤까지 멋들어지게 추고 ‘Let’s Do it (Let’s Fall in Love)’라는 노래를 아주 맛깔스럽게 잘 불러줬다.

영화 ‘드 러블리’는 게이 작곡가 콜 포터와 그의 평생의 연인 린다 토마스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다. 케빈 클라인이 연기한 콜 포터는 특이한 일생을 살았다. 광산업을 하는 강인한 성격의 할아버지에 의지를 꺾지 못해 예일대학을 졸업 후, 다시 하버드 로스쿨로 진학했지만, 적응하지 못했다. 결국, 음대로 전과하면서 어머니로부터 재능을 물려받았던 음악가의 길로 나아갔다.

콜 포터는 브로드웨이 데뷔에 실패한 후 유럽으로 건너가 파티를 전전하며 자유로운 삶을 누리다가, 남편의 폭력에 못 견뎌 이혼한 린다를 만나면서 다시 작곡에 전념하게 되었다. 애슐리 주드가 연기한 린다는 콜 포터 음악에 평생에 걸쳐 영감을 주었던 사람으로 그려진다. 린다 역시 양성애자였다는 설도 전해지듯이, 둘의 관계는 복잡한 연인 사이였다. 둘의 사랑 이야기는 예사롭지 않아서 당시의 시대상으로 쉽게 이해되지 못했던 것 같다.

콜 포터의 인생이 재미있어 보여서 언제 한번 도서관에서 그의 전기를 한번 읽어볼 참이다. 그의 음악에 대해서 잘 몰랐지만, 이 영화를 통해서 접할 수 있어서 행운이다. 토마스 햄슨이라는 바리톤 가수가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서 1991년에 발매한 ‘Night and Day’라는 음반도 명반이다. 예전에 다이애나 크롤이 부른 ‘I’ve Got You under My Skin’이라는 노래를 참 좋아했었는데, 이것도 알고 보니 콜 포터가 작곡한 음악이었다.

음악도 좋았지만, 콜 포터가 가사를 무척 공들여 써서 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예술이다. 서점에 크리스마스 캐럴 음반을 사러 갔다가 영화 음악이 있길래 유혹을 못 이기고 사버렸다. 지금도 그 음반을 들으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묘하게도 그의 음악은 인생의 다양한 국면을 담고 있어서 음악만으로도 인생이 완성된다.

이 영화 말고도 1946년에 캐리 그란트가 콜 포터로 분한 ‘Night and Day’라는 영화도 있다. 이 영화도 기회가 된다면 한번 빌려다 보고 싶다. 재즈로 그의 음악을 접했을 때는 작곡가가 어떤 사람인 줄 전혀 몰랐다. 사람을 알고 들으니, 뼈대만 느껴지던 음악에 살이 붙고 뜨거운 피가 흐르는 느낌이다. 그의 복잡한 인생에 비하면 가사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강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In the Still of the Night’에 나오는 가사를 인용하며 이 글을 맺는다.

Do you love me as I love you? Are you my life-to-be, my dream come tr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