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속 일본 애니메이션

터너 클래식이라는 케이블 채널에서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심지어 90년대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같은 영화도 해준다. 이 채널의 장점이 광고가 전혀 없다는 거. 미국에서 방송을 보며 제일 짜증나는 게 십 분마다 끼어드는 광고 때문에 프로그램에 집중이 잘 안 되는데, 터너 클래식은 그럴 필요가 없어서 일종에 해방감까지 느낀다. 처음에는 이 채널이 광고도 없이 어떻게 재원을 모으나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프로그램을 CD나 DVD로 만들어 파는 걸로 충당하는 거였다.

아무튼, 이 채널로 영화를 보니 대충 미국 영화사가 정리된다. 최근에 제작된 킹콩의 1933년 작품도 보고, ‘러브 어페어’의 원작도 봤다. 그러다가 며칠 전부터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를 해줘서 좀 의외였다. ‘미야자키 하야오’ 특집으로 그의 대표작을 방송했다. ‘천공의 성 라퓨타’를 해줘서 영어 더빙판으로 봤다. 신기한 건 똑같은 영화를 일본어 대사에 영어 자막으로도 방송한다는 점이야. 원어로 상영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쓰고 있다. 하야오 작품 말고도 다카하다 이사오의 만화영화도 해주는데, 얼마 전에 ‘추억은 방울방울’도 봤네요. 미국에 와서 일본 애니메이션을 텔레비전으로 보게 될 줄이야.

미국 내의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의 위상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보더스나 반스앤노블 같은 대형서점을 가면, 일본 망가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오히려 마블사를 비롯한 미국 만화보다 더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거 같다. ‘카툰네트워크’ 같은 케이블을 봐도 거의 반 이상이 일본 만화들로 채워진다. 드래곤볼, 피카추는 아주 인기 있는 캐릭터인가 보다. 캐릭터 상품도 흔하게 접할 수 있으니까. 얼마 전에는 공공도서관에서 일본만화의 역사를 다룬 책을 재밌게 읽기도 했다.

만화와 더불어 일본의 상징하는 문화가 일본 음식인 스시이다. 왠만한 미국 슈퍼마켓에는 포장된 초밥을 팔고 있다. 다운 타운에서 초밥집을 찾기란 어렵지 않고, 다이어트 건강식으로 초밥을 즐겨 먹는 미국인들도 자주 접한다. 이런 인기도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미국 전역에 걸쳐있는 일본 문화를 음식이나 만화를 통해서 쉽게 재확인할 수 있다.

음식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푸드네트위크’ 채널에 일본 후지 텔레비전에서 만든 ‘아이언 쉐프’라는 프로그램을 방송해주는데 무척 반응이 좋았나 보다. 그래서 미국판 ‘아이언 쉐프’도 제작하여 방송하고 있다. 여기에도 미국의 인기 요리사들이 다 동원된다고 한다.

미국 텔레비전에서 일본만화를 보는 건 아주 흔한 일이다. 미국 만화와 일본 만화의 대결이 텔레비전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피카추를 비롯한 일본 캐릭터는 장난감 가게나 크리스마스 장식용으로 아주 인기가 높다. 일본의 가전제품과 더불어 일본 대중문화는 미국 어린이들에게 점점 친숙한 상품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