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책 시장

미국의 서점 문화나 책 시장은 한국과는 조금 다르다. 하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인터넷이나 게임 같은 다른 즐길 거리가 늘어나서인지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오프라 윈프리 같은 토크쇼 진행자들이 북클럽을 만들어서 시청자들에게 독서를 권하기도 한다.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에 선정된 도서가 베스트셀러가 되자, 출판사들이 앞다투어 로비를 벌이는 일까지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고전들만 뽑았지만, 요즘은 최근에 발간된 책까지 포함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논픽션 부문에 선정된 작가의 글이 허위라고 밝혀졌다. 오프라 윈프리가 어떤 기준으로 책을 뽑는지 궁금하긴 하다. 그녀의 개인적 취향일까 아니면 어디서 자문을 구하는 걸까?

미국의 책 시장은 크게 하드커버(장정판)와 페이퍼백(보급판)으로 나눠진다. 물론 독자의 기준으로 볼 때는 소설과 비소설로 나뉘는 장르 구분이 더 익숙하겠지만, 출판사가 책을 출판할 때는 하드커버와 페이퍼백 순으로 서점에 풀어놓는다. 한국은 책을 장르로만 나누지 따로 하드커버와 페이퍼백으로 구별하지 않는다. 가끔 양장판이 나오긴 하지만 일반적인 경향은 아니다. 한국 책은 페이퍼백과 하드커버의 중간적 형태로 볼 수 있다. 두꺼운 표지를 쓰지는 않지만 속지는 미국의 하드커버보다 더 고급 용지를 쓴다.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 선정도 하드커버와 페이퍼백을 따로 뽑는다. 베스트셀러라고 하면 주로 하드커버를 말한다. 하드커버가 먼저 출판되고 나서 어느 정도 팔리고 나면 저렴한 버전으로 페이퍼백이 나온다. 시장이 세분화되어 있는 거라고 할 수 있다. 나는 하드커버보다 페이퍼백을 선호하는 편이다. 책값도 싸고 책이 가벼워서 어디든지 들고 다닐 수 있어서다. 하드커버의 장점은 제본 상태가 좋아서 오래 보관할 수 있고, 묵직한 게 책꽂이에 두면 폼이 나는 정도라고나 할까.

페이퍼백을 한국에서 찾는다면 예전에 꽤 유행한 삼중당 문고판 정도다. 책에 따라서 다르지만 펭귄 출판사 같은 곳에서 나오는 페이퍼백은 종이 질도 그다지 좋지 않고 그림도 거의 없는 편이다. 이 저렴한 페이퍼백이 없었다면 책값이 30~40불 넘어가는 건 예사다. 그럴 경우에 중고서점을 찾는 일이 더 잦아졌을 것이다. 미국에는 아직도 괜찮은 중고서점이 건재한 편이다.

책 시장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현재 미국 서점계는 ‘반스 앤 노블’이나 ‘보더스’같은 대형 서점들이 지역 서점을 몰아내고 있다. 내가 사는 동네에도 괜찮은 동네 서점이 있지만 형편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이런 오프라인 서점들도 ‘아마존’의 성공으로 타격을 받기는 했지만 아직 심각하진 않다.

장르 상으로 픽션의 판매량이 월등하지만, 논픽션도 무시하지 못한다. 전기나 역사물이 최근 들어 인기 있는 장르이고, 역사와 소설을 결합한 ‘다빈치 코드’의 성공도 논픽션에 대한 미국인들의 애정이 한몫했다. 어린이 책 시장은 판타지를 중심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이게 내가 느낀 미국의 책 시장이다.

가끔 한국에 들어가면 책값 때문에 놀라곤 한다. 몇 년 사이에 부쩍 책값이 올라서 이제는 만원 정도로 사볼 수 있는 책이 별로 없다. 책 디자인도 좋아졌고, 사진이나 그림도 많아졌고 종이 질도 정말 좋아졌다. 그 비용을 다 충당하려면 책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책이 잘 안 팔린다고 한다. 다른 게 더 재미있어서 일수도 있고, 볼만한 책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고, 다양한 이유가 있겠다. 내 경우는 책값이 비싼 것도 한몫한다. 삼중당 문고판 같은 보급판이 쉽게 찾을 수 없어서 조금 아쉽다. 시각적인 즐거움보다 내용에 더 끌리는 나 같은 사람은 그런 책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