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회 아카데미 시상식 소감

작년에 이어 올해도 오스카 시상식을 지켜봤다. 미국에서는 아카데미라는 말보다 오스카라는 명칭이 더 자주 쓰이는 것 같다. 이번 오스카 시상식에서도 굵직한 이야기들이 있다. 마틴 스콜세이지가 7번의 도전 끝에 드디어 오스카 감독상을 거머쥔 게 제일 큰 뉴스거리임은 분명하다. ‘디파티드’라는 영화의 완성도 자체만으로 그에게 오스카를 준 건 아닐 거다. 이번 오스카는 ‘성난 황소’, ‘좋은 친구들’, ‘택시 드라이버’ 같은 그 전의 영화들에서 이룩한 그의 영화적 탐구 정신을 치하하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오스카에 한이 맺힌 듯한 감정이 역력히 묻어난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의 소감도 인상적이었다. 거리, 엘리베이터, 심지어 엑스레이 검사하러 가서도 “당신이 오스카를 타셔야 하는데…”라는 격려의 말을 지겹게 들었다고 한다. 자신이 진짜 맞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달라고 농담도 던졌다. 다행히 올해는 원을 풀었다.

올해의 사회자로 나온 앨런 드제너러스는 작은 무대의 스탠드업 코미디로 시작해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토크쇼 진행자로 성공한 사람이다. 앤 헤이시라는 여배우랑 잠시 사귄 적 있는 레즈비언 코미디언이다. 그녀가 주목을 받게 된 건 ABC의 시트콤 ‘앨런’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여자 사인펠트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독특하고 캐릭터나 나오는 재밌는 시트콤이다. 하지만 그녀가 시트콤을 통해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커밍아웃한 후에 시청률이 떨어지면서 시트콤이 중단되는 불운을 겪었다. 2003년 9월 ‘앨런 쇼’를 통해 복귀하기까지 다시 스탠드업 코미디계에 머물러야 했다.

앨런의 재치 있는 오스카 진행은 오랜 스탠드업 코미디의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 게이/레즈비언의 약진은 작곡상에서도 드러났다.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의 배경음악인 ‘I Need to Wake Up’을 작곡한 이써리지 역시 동성애자였다. 점점 오스카가 보수적으로 되어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런 색채를 떨쳐버리기 위해서 게이/레즈비언에게 사회를 맡긴 건 아닐까? 79회 아카데미는 역사상 최초로 게이/레즈비언이 사회자로 등장한 해다. 미국 영화계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나침반 같은 쇼다. 미국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상징이 되어버린 시상식이다.

올해 수상작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미국 바깥의 소재를 다룬 것들이 다수였다. 아프리카 다이아몬드 산업에 희생된 인간, 일본인의 관점으로 바라본 2차 세계대전, 다이애나 공주의 죽음에 대한 엘리자베스 여왕의 심경, 어린 소녀의 시점에서 해석한 스위스 내전, 모로코에서 비극에 휩싸인 가족들. 국내 문제만 다루기에 너무 커진 미국을 반영하는 수상식일까? 다양한 관점으로 나라 바깥의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는 건 고무할만한 변화이다. 미국화 된 소재주의 영화로 세계시장을 공략하려는 마케팅 전략으로 보이는 건 나만의 느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