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삶기의 비법

예전에는 남자치곤 음식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아내랑 떨어져 사니 내가 할 수 있는 요리가 얼마 안 되는 걸 깨달았다. 요리를 잘하는 아내 덕분에 잘 먹고 잘 살았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요리의 기초부터 도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맛을 그리는 장금이를 꿈꾸며 내가 알게 된 비법을 여기에 공개한다.

달걀 하면 항상 떠오는 친구가 하나 있다. 대학 동기인데 어찌나 달걀을 잘먹어서 별명이 ‘달걀 귀신’이였다. 게다가 외모도 둥글둥글하게 생긴 게 달걀을 꼭 닮았다. 놀랍게도 그 친구는 MT 가는 버스에서 달걀을 혼자서 10개쯤 그냥 먹어 치우기도 했다.

나는 달걀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어릴 적 기차만 타면 어머니께 달걀을 사달라고 졸랐다. 그런데, 급하게 먹다가 목이 메서 제대로 삼키지도 못했다. 내게 기차와 달걀은 항상 붙어 다니는 친구 같다. 고속버스와 알감자의 조합처럼 조건반사가 되어 떠오르는 몇 안 되는 이미지다.

똑같은 달걀을 삶아도 아내가 삶으면 적당히 익어서 먹기 좋지만, 내가 삶은 달걀은 너무 익어서 퍽퍽하고 노른자에 푸른기까지 돌았다. 가끔 달걀을 삶다가 껍질을 깨뜨리기도 할 정도다. 그래서 인터넷과 요리책을 뒤져서 달걀을 맛있게 삶는 법을 찾아서 그대로 따라 해보았다.

비법은 달걀을 삶지 않는 데 있다고 한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재빨리 불을 끄고 뚜껑을 닫고 익혀야 맛있는 삶은 달걀이 된다. 이 방법에 처음 도전했을 때 너무 일찍 불을 꺼서 달걀이 살짝 덜 익었다. 이곳 콜로라도 볼더가 해발 1700미터 정도 고지대라서 물이 평지보다 일찍 끊어서 내가 착각했다. 계란이 맛있기는 했지만, 너무 흐물거려서 껍질을 까다가 다 부서지고 말았다. 자고로 실패를 통해서 더 많이 배우는 법이다. 하하, 다음 도전과제는 스크램블에그다.

요리법

  1. 냄비에 달걀을 넣고, 푹 잠길 정도로 물을 붓는다.
  2. 물이 보글보글 끓어서 물표면이 마구 요동치면 불을 끄고 냄비 뚜껑을 닫는다.
  3. 시간이 중요한데, 12~15분 정도 기다리면 달걀이 단단하게 익는다.
  4. 냄비에서 달걀을 꺼내자마자 찬물로 기절시켜 더 익지 못하게 한다.

달걀은 덜 익힐수록 맛있다고 해서 5분 정도만 두었다고 먹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건 영 내 입맛에는 안 맞는 거 같아서 관뒀다. 나중에 수란이나 만들어 볼까? 이 조리법을 통해서 달걀의 새로운 맛을 발견했다. 예전에 내가 만들어 먹은 달걀은 너무 오래 익혀서 딱딱한 거였다. 요리는 과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