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맥주를 마시다

최근 2년간 유타주에서 유기농 농산물의 성장률이 무려 40%에 이른다. 이는 아주 놀랄만한 성장이다. 내가 슈퍼에서 피부로 느낀 변화가 드디어 현실이 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유타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앞으로 더 많은 유기농 마크의 제품을 수퍼마켓에서 보게 될 것이 분명하다.

유기농의 바람이 맥주 시장에도 서서히 불고 있다. 스파게티랑 곁들여 마실 맥주를 찾다가 유기농 마크가 찍힌 맥주에 눈길이 갔다. 일반 슈퍼에서 채소나 고기가 유기농인 경우는 흔해졌지만, 맥주가 유기농으로 만들어진 걸 본 건 처음이었다. 그것도 한 종류가 아닌 너덧 종류는 족히 되었다. 고르고 고르다가 유타주 최초라는 단어에 넘어가 이걸 골랐다.

이 동네 소규모 양조장에서 생산되는 맥주인데 주점도 세 군데나 운영하는 모양이다. 브루마스타인 제니 톨리가 쓴 블로그 글에 의하면, 2007년 5월쯤 이 유기농 맥주가 완성되어 여름에 병에 넣어 대중적으로 판매되었다고 한다. 대중적인 맥주의 표준화된 맛과 확실히 달랐다. 시간이 나면 동네에 있다는 주점에 가서 생맥주로 한번 맛볼 생각이다.

소규모 맥주 양조장은 1980년대 미국에서 유행처럼 퍼져나가서 지금은 전국적으로 상당한 규모로 성장하고 있다. 이런 흐름이 유기농 운동과 만나는 건 필연적이다. 유기농이 강조하는 그 지역에 기른 작물로 빚은 맥주는 결국 지역 양조장을 살리는 길이다. 시장의 흐름이 달라지면 대기업 맥주회사도 유기농으로 뛰어들겠지만, 그 틈새를 파고들며 동네 맥주 양조회사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스쿼터스(Squatters)는 그 역사가 길지 않다. 70년대에 공동창업자인 피터 콜과 제프 폴리크로니스가 자신들의 맥주를 만들기 위해 약 1년간 서부의 40개 맥주집을 돌아다니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양조장을 세웠다. 그동안 브루마스타도 새로 영입한 노력이 결실을 이뤄 90년대 후반부터 맥주 페스티벌에서 각종 상을 타게 되었다.

내가 마신 스쿼터스 유기농 에임버 에일은 맛이 깔끔하면서도 흙내음이 적당히 섞여 풍부했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라거 맥주에 비해 거친 맛이었다. 에일 맥주는 비교적 높은 온도인 섭씨 15~24도에서 발효된 이스트로 만든다. 그 특징은 과일향에 비슷한 향취를 지니고 있다. 맥주에 따라서 사과, 배, 파인애플, 자두, 복숭아 같은 향을 지니기도 한다.

브루마스타라면 모를까, 나의 미각으로 그 미묘한 차이를 뽑아내긴 어렵다. 그냥 흙내음이 나는 듯한 기분만 느꼈다. 이 맥주는 거품도 두텁고 묵직하고 고소한 맛이 났다. 사람에 따라서 거품을 싫어하는 이도 있지만, 나는 거품이 많은 맥주를 좋아한다. 마지막으로 그 색깔은 아주 투명하고 붉은빛을 띄었다. 아마 유기농이라 그런지 다른 에일 맥주에 비해 더 맛이 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