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스윙재즈의 부활

로비 윌리엄스의 공연이나 음반을 진지하게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익히 알고 있었던 터라 이 DVD를 빌리면서 은근히 기대했었다. 로비 윌리엄스 스윙재즈의 명곡을 담은 음반인 ‘Swing When You’re Winning’의 영국 발매에 앞서 로열 앨버트 홀에서 공연을 기획했다.

마치 1930년대의 클럽을 연상시키는 잘 만든 무대는 그 자체로 대단한 즐거움이다. 그리고 퇴폐적인 시대 분위기가 풍기는 배경과 코러스걸은 덤이다. 적절히 안배된 조명은 자칫하면 천박해질 수 있는 무대에 긴장감을 살렸다. 촬영도 썩 마음에 들게 로비 윌리엄스, 오케스트라 그리고 객석의 움직임을 민첩하게 잘 잡았다. 너무 정신없이 흔들어대거나 심심하게 고정된 카메라는 없었다.

이 공연을 통해서 로비 윌리엄스는 어린 시절에 꾸었던 두 가지 꿈을 동시에 이뤘다. 하나는 클래식 공연이 주로 열리는 로열 앨버트홀에서 단독 공연해보는 거였다. 다른 하나는 음악적 우상이던 프랭크 시내트라와 듀엣을 하는 거였다. 물론 시내트라는 이미 고인이 되었지만, 비디오로 다시 환생한 시내트라와 환상의 화음으로 ‘It Was a Very Good Year’를 불렀다.

프랭크 시내트라가 부른 노래 이외에도 다른 스윙재즈의 명곡들이 담겨있다. ‘Mack the Knife’나 ‘You Can’t Take That Away from Me’등의 노래를 로비 윌리엄스가 부른 버전으로 들을 수 있다. 로비 윌리엄스는 스윙재즈가 전공은 아니지만 누구 못지 않게 그 노래들을 자신의 색깔에 맞춰 잘 소화하고 있다.

코미디언 존 로비츠와 함께 부른 ‘Well, Did You Evah!’도 아주 인상깊었다. 이 곡은 콜 포터가 작곡한 노래로 영화 ‘상류 사회’에 삽입되었다. 프랭크 시내트라와 빙 크로스비는 영화 속에서 계급의 차이와 우정으로 극복하며 바로 이 노래를 부른다. 원곡의 느낌만큼은 못하지만 로비 윌리엄스는 건방진 느낌의 프랭크 시내트라를 잘 살려서 불렀다.

유일한 창작곡인 ‘I Will Talk and Hollywood Will Listen’은 다른 노래들과 잘 섞이진 않았다. 하지만 미국 대중음악계에 대한 자신의 심정이 잘 드러났다. 영국에서 최정상의 위치에 올랐고 유럽, 아시아, 남미에서 상당한 인기 있는 로비 윌리엄스이지만 미국에서 그의 성적은 아주 초라했다. 저 공연을 할 때만 해도 미국에 대한 희망이 강하게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객석과 무대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마음껏 노래하던 로비 윌리엄스는 마지막 곡인 ‘My Way’를 부를 적에 눈물까지 글썽였다. 감정을 잘 살려서 불러서인지 가사 내용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로비 윌리엄스는 발음이나 발성도 놀랄 만큼 정확했다. 중간중간 담배를 꼬나물거나 물을 마시면서도 음정이나 가사 하나 흔들리지 않는 전문가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로비 윌리엄스는 무대에서 아주 잘 노는 사람이다.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노래하는 모습이나, 악동처럼 고래고래 소리치는 모습 어느 하나 어색하지 않다. 객석과 커뮤니케이션도 잘해서 감정을 고조시킬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