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쇼의 새로운 장을 연 무릎팍도사

‘무릎팍도사(이하 무릎팍)’는 특정 이슈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정통 시사토크쇼인 ‘래리킹쇼’나 ‘챨리로즈쇼’가 아니다. 강호동은 정치나 시사 풍자와 인터뷰를 결합한 ‘데이비드 래터맨’이나 ‘제이 르노’와도 다르다. 솔직하고 도발적인 강호동식 인터뷰와 코미디가 잘 어우러진 새로운 토크쇼가 바로 무릎팍이다.

무릎팍의 매력이자 재미의 기본은 ‘솔직함’이다. 기존의 토크쇼는 특정 작품에 대한 홍보나 개인기를 바탕으로 한 농담이 주된 소재였다. 따라서 연예인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드러낼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무릎팍은 달랐다. 다루기 힘든 사생활도 거침없이 이 쇼의 소재가 된다. 영화배우 이미연은 자신의 이혼에 대한 경험도 마구 털어놓았다. DJ DOC의 이하늘은 비행 청소년 시절 이야기도 차분히 들려줬다. 무릎팍은 그런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토크쇼가 되었다.

‘무릎팍’은 출연자의 혼을 빼놓는 무릎팍춤으로 시작한다. 오도방정춤이지만 그 안에도 나름의 변화가 있다. 장영주가 출연했을 때는 클래식과 접목을 시도했다. 한판의 굿을 벌이기 전에, 인터뷰를 제대로 하기 전에 허물을 무너뜨리는 춤이다. 이건 의례적인 인터뷰가 아니라 코미디라고 말하듯 춤을 춘다.

무릎팍의 형식은 건방진 프로필에서 암시하는 바대로 연대적으로 출연진의 전기를 훑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근황보다 출연자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진다. 할 말이 많은 시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길어진다. 은연중에 자기 생각이 튀어나오고 무릎팍 도사, 건방진 도사, 올밴은 그걸 놓치지 않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

이렇게 깊게 파고들 수 있는 이유는 제작진이 출연자에 대해 충분히 연구하기 때문이다. 무릎팍은 출연자가 과거에 문제가 되었던 사건을 다루고 심지어 그 사람이 쓴 책도 꼼꼼히 읽고 질문을 던진다. 작가들이 출연자의 경력을 숙지하고 궁금했던 걸 질문으로 만드는 노고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질문의 방식도 상당히 파격적이다. 이 경우는 연예인보다 비연예인이 나왔을 때가 더욱 효과적이었다. 산악인 엄홍길에게 암벽 등반할 때 대소변은 어떻게 보는지 물어본 것은 나도 평소에 궁금했던 질문이다. 형식적인 토크쇼에서 좀 다루기에 유치한 질문이지만 강호동은 용감하게 한다. 그리고 유쾌한 웃음을 유발하였다. 일반인보다 낮은 수준으로 말해도 되는 코미디언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의 악기 가방을 뒤지는 상황도 아주 재밌었다.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바이올린도 만져보고 메모도 읽어본다. 마치 아이의 심정으로 세계적 스타를 일반인으로 다룬다. 스타에 대한 예우 같은 건 없다. 친구가 된 심정으로 출연자가 도사들을 빈 물병으로 때리기도 한다. 그만큼 출연자와 무릎팍 진행자 사이의 거리가 좁아진다.

스크린이나 사진에서 예쁘게 그려진 스타가 무릎팍에서는 무너진다. 도사의 도발적 질문에 출연자는 당황한다.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모습을 보여주지만, 대중들은 평소에 보지 못한 스타의 망가진 모습에 즐거워한다. 이상하게도 안티가 많았던 스타들도 무릎팍에서 망가지면 안티가 줄어든다. 시청자들은 포장되지 않는 솔직한 스타의 모습에 감동한다.

무릎팍 도사의 재미가 출연자의 솔직함에서 나오다 보니 출연자의 태도에 따라서 분위기가 오락가락한다. 망가질 준비가 된 스타의 무릎팍은 재밌지만, 쇼 내내 자신을 포장하기에 급급한 스타들은 짜증을 유발한다. 우린 무릎팍에서 그런 걸 기대하는 게 아니니까. 신비주의를 포기한 스타일수록 무릎팍에서 재미로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최근에 비연예인의 출연이 잦아졌다. 프로그램의 다양성이나 재미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방향이다. 어느 출연자가 나오더라도 균형 있는 수준의 쇼를 해준다면 더 바랄 게 없다. 그리고 출연자의 직업이 다양해지는 만큼 그에 따라 차별화된 코너가 한두 개쯤 있었으면 한다. 양희은이 나왔을 때 노래를 했던 것처럼 장영주에게 바이올린 연주를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