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브이디 자판기를 아시나요?

몇 달 전에 학교아파트 사무실에 DVD 자판기가 새로 생겼다. 최근에 눈이 계속 오면서 바깥에 나갈 수 없어지자 더욱 자주 이용하게 되었다. 24시간 아무 때나 빌릴 수 있고 가격도 단돈 1불이면 해결된다.

슈퍼마켓에 DVD 자판기가 처음 들어왔을 때 한번 써볼까 생각했었다. 다음날 반납하러 가기 귀찮아서 쓰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집 근처로 오니 생각이 달라졌다. 인기 있는 최신작은 다 들어오니 멀리 갈 것도 없다. 회원 가입 같은 것도 안 해도 되니 정말 편하다. 신용카드 한 장이면 다 해결된다.

블록버스터나 넷플릭스가 최근에 이것 때문에 고전하고 있다. 우편 주문에 완전히 의존하는 넷플릭스보다 매장도 같이하는 블록버스터가 더 손해를 본다고 한다. 블록버스터 매장에서 DVD를 빌리면 4~5불 정도나 한다. DVD 자판기로 3~4불은 절약할 수 있다.

최근 미국의 DVD 대여 시장이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매장형 DVD 시장의 선두 주자 블록버스터도 매장을 줄이고 우편 대여에 치중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우편 대여로 재미를 톡톡히 봤고 지금은 인터넷 다운로드를 준비한다고 한다. 애플 아이튠스도 영화 다운로드 사업에 뛰어든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DVD 대여회사가 모두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상황에 DVD 자판기는 거꾸로 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DVD 자판기 회사들은 틈새시장을 노리는 전략으로 성공하고 있다.

미국은 워낙 땅덩이가 넓어서 초고속 인터넷망의 보급률이 낮다. 영화 하나 내려받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렇게 내려받아도 텔레비전이 아닌 컴퓨터로 불편하게 봐야 한다. DVD만 넣으면 쇼파에 앉아서 편하게 볼 수 있지만, 인터넷 다운로드는 모니터로 보던지 다시 DVD로 구워야 한다. 인터넷으로 영화를 내려받는 시간이면 차를 타고 가서 DVD를 빌리는 편이 더 빠르다. 인터넷 다운로드가 제대로 기술력을 갖추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현재 알버슨, 세이프웨이 등 슈퍼마켓에 비치된 DVD 자판기가 북미대륙에 9,000개 정도 된다. 기계 하나가 벌어들이는 매출이 3~4만 불 정도 된다. 시장 점유율이 현재 3.4%이고 계속 성장하고 있다.

넷플릭스나 블록버스터는 생각지도 않은 복병을 만났다. 최근 승승장구하고 있던 넷플릭스는 더욱 당황스러울 것이다. DVD 자판기 사업의 선두주자인 디브이디플레이는 1999년에 처음 뛰어들어서 1,100개 정도 자판기를 보유하고 있다. 2002년에 이 사업을 시작한 레드박스는 가장 많은 6,000개 정도 자판기를 운영하고 있다. 휴스턴에 본사를 둔 TNR은 2,100개 정도로 경쟁하고 있다.

위기의식을 느낀 블록버스터는 켄터키주 렉싱턴에 DVD 자판기 10대를 설치해서 실험하고 있다. 오프라인 DVD 대여업계의 최강자 블록버스터는 닥치는 대로 이것저것 실험해서 살아남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좋았던 시절은 다 간 것이다.

DVD 자판기가 이렇게 뜰 줄 누가 알았겠나. 하지만 DVD 자판기가 넷플릭스나 블록버스터를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판기 한 대가 보유할 수 있는 DVD가 얼마 안 된다. 최신작이 아닌 작품은 자판기로 구경할 수 없다. 나도 최신작을 볼 때만 DVD 자판기로 구하고 나머지는 넷플릭스를 이용하고 있다. 영화 다운로드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면 DVD 자판기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