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담배를 노래함

영국의 음악잡지 ‘모조’가 2007년 11월호에서 흥미로운 목록을 만들었다.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즐거움을 담은 노래를 총 15곡으로 모았다. 부록 CD로 곡을 모두 담아줘서 음악을 한번 들어봤다. 요즘에는 거의 술이나 담배를 하지 않는데, 이 음반을 듣는 동안 나는 마치 뿌연 담배 연기가 자욱한 지하 술집에서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음악을 듣던 그 시절로 돌아갔다. 노래마다 다른 장소로 나를 데려갔다. 신기하게도 음악에 그게 다 담겨있었다.

  • Gil Scott-Heron & Brian Jackson, The Bottle
  • Tex Williams, Smoke! Smoke! Smoke!
  • Tony Tribe, Red Red Wine
  • Rita Marley, One Draw
  • The Shadows, Scotch On The Socks
  • Benny Spellman, Lipstick Traces
  • Jerry Lee Lewis, Drinkin’ Wine Spo-Dee-O-Dee
  • Amos Milburn, One Scotch, One Bourbon, One Beer
  • Nina Simone, Give Me A Pigfoot & A Bottle Of Beer
  • Malcolm Middleton, Four Cigarettes
  • Screamin’ Jay Hawkins, Alligator Wine
  • Blind Willie McTell, I Keep On Drinkin’
  • John Lee Hooker, Whiskey And Wimmen
  • Laurel Aitken, Drinkin’ Whiskey
  • Dinah Washington, Smoke Gets In Your Eyes

이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은 에이모스 밀번의 ‘One Scotch, One Bourbon, One Beer’다. 유튜브로 찾아보니, 존 리 후커가 다시 부른 노래가 나왔다. 원곡보다 좀 더 세련된 느낌이지만 여전히 좋다. 그리고 ‘The Bottle’ 이 노래도 은근히 중독적이다.

내가 내공이 더 쌓이면 가요에서도 비슷한 목록을 뽑아보고 싶다. 지금 대충 내 머리에 떠오르는 곡들이 있다. 신해철의 ‘재즈카페’, 전람회의 ‘취중진담’,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담배보다 아가씨에 관한 노래지만), 임창정의 ‘소주 한 잔’, 조관우의 ‘술의 미학’, 봄여름가을겨울의 ‘한잔의 추억’, 송골매의 ‘외로운 술잔’, 거리의 시인들의 ‘술취한 시인들’ 나훈아의 ‘건배’, 윤종신의 ‘담배 한 모금’, 한대수의 ‘담배 연기’ 등이 떠오른다. 나중에 시간을 내서 천천히 찾아서 들어보고 나만의 목록을 선정해보련다.

주제를 잡아서 이렇게 목록을 뽑아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음식에 관한 노래도 모아보면 은근히 많다. 윤종신의 ‘팥빙수’, 자두의 ‘김밥’, 김창완의 ‘어머니와 고등어’ 등이 생각나는데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