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상을 닮은 아카데미 시상식

80회 오스카 시상식이 보여준 특징 중의 하나는 주제가 공연이 토니상과 비슷해졌다는 거다. 비슷해지긴 했지만, 토니상 공연의 수준을 따라오려면 한참 멀었다. 에이미 아담스는 ‘Happy Working Song’을 영화처럼 연기하며 노래 불렀지만 대체로 심심했다. 이 장면에는 바퀴벌레, 비둘기, 쥐들이 지젤이 청소하는 일을 도와주어야 한다. 영화는 특수효과로 처리했지만 무대에서 그걸 할 수 없으니 에이미 아담스 혼자서 연기하려니 무척 힘들어 보였다. 동물분장을 한 사람들이라도 영화처럼 재현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매년 오스카 주제가상에 오른 노래들을 시상식 중간에 공연했었다. 하지만 그건 가수가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 정도였지 영화 속 장면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주제가상을 받은 ‘원스’는 영화처럼 악기가게에서 같이 연주하며 노래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비록 상을 받지 못했지만 이날 공연의 백미는 영화 ‘마법에 걸린 사랑’의 지젤이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거리의 사람들과 부르는 노래 ‘That’s How You Know’이다. 영화 속 지젤역을 맡은 에이미 아담스 대신에 토니상을 받은 브로드웨이 배우 크리스틴 체노웨스는 이 장면을 연기하고 노래했다. 무대연출도 뛰어났고 완벽한 안무와 노래는 정말 최고였다. 토니상 시상식 공연을 연상시킬 만큼 장족의 발전이다. 하지만 이 노래에 비해 다른 노래들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은 듯했다.

음악에는 그래미상이 있고, 영화에는 오스카상이 있고, 텔레비전에는 에미상이 있다면, 연극과 뮤지컬에는 바로 토니상이 있다. 토니상 시상식은 수상 후보에 오른 작품들의 공연이 주인공이다. 뮤지컬 무대에 오른 것과 거의 흡사한 수준으로 무대를 마련하고 공연한다. 이 공연 자체만으로도 굉장한 볼거리다.

역시 크리스틴 체노웨스와 이디나 맨젤이 나온 뮤지컬 ‘위키드’다. 뮤지컬의 한 장면을 그대로 토니 시상식 무대에 옮겨놓았다. 출연진의 규모나 무대장치만 봐도 얼마나 공들여 준비한 것인지 알 수 있다.

2003년 이래 아카데미 시상식의 시청률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재미있는 볼거리가 별로 없고 지루한 수상소감으로 채워지는 오스카 시상식을 시청자들이 외면하고 있다. 음악 공연의 비중을 강화한 것도 시청률 감소를 역전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시상식도 축제의 하나로 즐길 수 있는 변화가 오지 않는다면 도망간 시청자들을 다시 불러오는 일은 보통 힘든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