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공론장을 막으려는 통제

한나라당은 지난 16일 연일 계속되는 촛불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인터넷 여론 ‘사이드카’라는 놀랄 만한 대책을 내놓았다. “인터넷 여론 흐름에 신속 대응하기 위해 증권시장의 사이드카와 같은 개념의 시스템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여론 민감도에 따라 파란불, 노란불, 빨간불처럼 신호를 보내는 모니터링을 구축해 광우병 쇠고기 문제, 공공서비스 민영화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해 다음 아고라, 홈페이지, 카페, 블로그, 댓글 등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한나라당은 “이는 ‘사이드카’라는 잘못된 표현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며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여론을 통제할 수 있겠느냐?”고 해명했다. 그런데도 의혹을 떨칠 수 없는 이유는 이러한 정책이 사이버 여론 형성 자체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악용될 소지가 농후하기 때문이다.

촛불 끄기 나선 한나라당 ‘사이드카’

한나라당뿐만이 아니다. 청와대 역시 ‘인터넷 전담 비서관’을 두고 인터넷 여론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도 나섰다. 경찰청은 인터넷 정보분석 전담팀을 신설해서 정보 파악과 잘못된 정보에 신속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쇠고기 정국이 인터넷 여론 형성에 정부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하고 사이드카 제도나 인터넷 전담비서관을 도입하여 인터넷 여론형성의 초기부터 감시하겠다는 의미다.

사법부도 선거 기간 동안 여러 차례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인터넷에서 표현한 네티즌에게 선거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 포털사이트의 대선 관련 기사에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와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댓글을 단 혐의로 기소된 네티즌에게도 잇따라 유죄를 선고했다.

우연치고는 너무나 절묘하게도 행정부, 입법부 그리고 사법부가 단결하여 인터넷에 대해 비슷한 의견을 내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정부는 촛불시위의 진원지를 인터넷으로 보고 ‘촛불 끄기’에 나선 것인가. 아마도 인터넷상에서 표현의 자유를 막고 인터넷을 정부의 관리대상으로 만들면 현재의 난국이 해결될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인터넷 통제?

물론 인터넷에 대한 통제 정책이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중국,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일부 권위주의 정권에선 정부의 견해에 반하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오면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론을 통제하기도 했다.

특히 중국의 언론탄압과 인터넷 미디어 검열 문제는 심각하다. 중국은 최근 국제사면위원회로부터 “정부 임의대로 뉴스거리와 의제를 설정하고 조장한다”고 크게 비판받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방식의 인터넷 탄압이 이루어진다면 엄청난 국민적 저항이 일어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인터넷이라는 뉴미디어는 신문과 방송 같은 올드미디어의 역기능에 대한 대안적 매체로 등장했다. 송신자와 수용자 간의 피드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쌍방향성이 바람직한 커뮤니케이션의 모델이라는 언론학자들의 이론에도 기존 매스미디어의 경우 옴부즈맨이나 시청자 의견 전달 등을 제외하고는 수용자가 참여할 방법이 많지 않다.

이에 반해 인터넷은 수용자도 의견을 쉽게 표현할 수 있는 쌍방향적 매체다. 개인 홈페이지, 인터넷 클럽 등의 다양한 창구들을 이용해 어렵지 않게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 최근엔 블로그, 인터넷방송, 팟캐스팅 등 1인 미디어도 등장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다시 말해 인터넷은 수용자에게 더 많은 발언권을 준 민주적 매체인 것이다.

의제설정, 이젠 인터넷이 한다

인터넷 발달로 정치 풍경도 바뀌고 있다. 인터넷은 전통적 미디어가 담당했던 의제설정의 영역에 도전한다. ‘의제설정’이란 매스 미디어가 특정한 주제를 선택, 강조함으로써 수용자에게 중요한 의제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사실 조중동(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을 비롯한 보수언론에선 쇠고기 안전성 문제는 중요한 의제로 다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인터넷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다양한 토론과 논쟁을 통해 쇠고기 안전성 문제가 큰 이슈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서 인터넷은 정치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전통적 미디어에 반기를 들었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들은 ‘촛불시위’를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폭력 시위’인 것처럼 악의적 보도를 일삼았다. 그러나 이런 조중동을 비판하는 견해가 형성된 곳이 바로 인터넷이었다. 경찰이 군홧발로 여대생을 짓밟는 동영상이 퍼져나간 곳도 인터넷이었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많은 국민들이 보수적 신문사들의 여론 조작에 맥없이 당할 수도 있었다.

하버마스는 민주사회의 핵심이 되는 개념으로 ‘공론장’을 들고 있다. 공론장이란 권력의 구속 없이 비판적인 이성과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 형성되는 공간이다. 즉 비판적이고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 합의를 이루어나가는 과정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대중매체는 그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 때문에 공론장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해 온 것이 사실이다.

엘리트나 기득권의 이익에 민감했던 전통미디어에 비해 인터넷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는 장이 되었다. 따라서 인터넷을 검열하고 관리하려는 의도는 일반 시민들의 공론장을 빼앗겠다는 의미다. 어렵게 만들어진 시민의 공론장을 정부가 나서서 관리하는 것은 자율적인 시민들의 활동을 통해 완성되어 가는 시민민주주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조중동도 독자 신뢰 잃었으니 발행 정지하나?

이명박 대통령은 “인터넷의 힘은 신뢰가 담보되지 않으면 약이 아닌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고 “익명성을 악용한 스팸메일, 거짓과 부정확한 정보의 확산은 합리적 이성과 신뢰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팸메일과 부정확한 정보의 확산이 인터넷이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합리적 이성이란 정보의 진위 및 정확성 여부를 스스로 알아서 판단할 수 있는 것을 포함한다고 볼 때, 이명박 대통령의 이런 우려는 기우일 뿐이다. 인터넷 정보의 신뢰도 또한 합리적 이성을 가진 개인이 판단하면 될 일이다.

이런 논리로 인터넷을 검열하겠다면, 보수적 신문사들도 촛불시위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주장으로 독자의 신뢰를 잃었으므로 일시적으로 발행을 정지시켜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포털사이트를 규제하고 블로그나 미니홈피를 검열하면 인터넷의 해악이 제거된 안전한 세상이 올 수 있을까? 인터넷 사이드카 제도는 기계적으로 정부에 비우호적인 논쟁 글을 걸러내서 감시하려는 방법이다. 민주주의 사회라면 토론을 권장해야지 이를 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는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 합의해 가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것이며, 따라서 토론을 거부하는 사회는 전체주의 국가와 다르지 않다.

미연방대법원은 르노(Reno) 대 미 시민자유연합(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1997)의 판결문에서 “아무리 좋은 의도였다고 해도 인터넷상 내용 검열은 돼지 한 마리를 굽기 위해 지구촌 전체를 태우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인터넷상 내용규제에 다룬 최초의 사례이며,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는 정부 기관에 의해 규제할 수 없다는 판결이었다. 미연방대법원은 인터넷상 저속한 글이나 표현을 금지하는 ‘통신 품위 법’보다 표현의 자유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 판결은 인터넷 표현의 자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인터넷은 소통의 공간이다. 이를 검열하고 통제하려는 노력은 소통을 막고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스피커가 되겠다는 태도다. 촛불시위도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듣지 않아서 거리로 나온 것이지 인터넷에 의해 동원된 사람들이 아니다.

하이힐을 신은 여성,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부모들, 교복을 입은 학생은 무식한 군중이 아니다. 통제와 규제로 자율성을 지닌 시민들의 메시지를 듣지 않으려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의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심각한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인터넷을 막는다고 해서 시민의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어디선가 울려 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