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과 리얼리티쇼의 만남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 심취해서 집에 있는 교향곡을 죄다 꺼내 듣다가 인터넷 검색으로 다른 지휘자도 찾아봤다. 전설적인 지휘자인 오토 클램페러, 푸르트 뱅글러도 유튜브로 찾아서 들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알게 된 영국의 리얼리티쇼가 바로 마에스트로(Maestro)다. 이 리얼리티쇼는 BBC 2에서 2008년 8월과 9월에 걸쳐 방송되었다.

프로그램의 구성은 미국 ABC 방송국의 ‘Dancing with the Stars’와 유사하다. 물론 이것도 역시 영국의 ‘Strictly Come Dancing’이라는 영국 프로그램을 본뜬 것이다. 배우, 디제이, 코미디언 같은 연예인이 지휘자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경쟁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승하면 BBC 콘서트 오케스트라와 런던 하이드 파크에서 BBC 프롬스 공연을 할 기회가 주어진다.

영국은 뭐든지 다 리얼리티쇼로 하는구나! 클래식과 리얼리티쇼는 정말 섞이지 못할 것 같은 장르라고 생각했는데. 지휘자 로저 노링터 경도 책임 지휘자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결승에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막심 뱅게로프도 심판으로 참석했다.

8명의 경쟁자의 비디오를 보면서 지휘자를 연기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다. 오케스트라나 음악과 같이 호흡하지 못하는 것이 개그맨 김현철이 지휘를 흉내 내던 모습이 떠올랐다. 과연 몇 주의 연습으로 지휘자가 된다는 건 무리였다. 경쟁자들을 보고 있으니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클래식을 자주 듣다 보니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똑같은 오케스트라도 누가 지휘하느냐에 따라서 연주가 판이해진다. 음악을 어떻게 해석하고 그에 따라서 연주를 총지휘해야 한다. 하지만 리얼리티쇼 아마추어가 짧은 기간에 그걸 해낼 수는 없다.

지휘가 리얼리티쇼로 다뤄지면서 자칫 지휘란 오케스트라 앞에서 손을 허우적대는 걸로 족하다는 편견을 강화해주지 않을까 염려되었다. 멋있는 지휘를 하기 위해서 곡과 모든 악기의 연주를 다 꿰고 있어야 한다. 연예인이 클래식에 도전한 장르가 왜 가장 어려운 지휘였어야 할까. 이걸로 대중들이 지휘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면 다행이지만, 지휘를 너무 가볍게 여기게 된다면 클래식 대중화에 오히려 방해될 수도 있다.

클래식이 리얼리티쇼를 만나는 대중적인 시도는 용감하고 신선하다. 내가 느낀 총평은 그게 대등하게 섞이지 않고 리얼리티쇼 구성에 클래식이 눌리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