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었구나

요즘 들어 그런 생각을 자주 한다. 어제 반스앤드노블에 가서 커피를 마시다가 바닥에 커피를 쏟았다. 주변에 있는 휴지로 대충 바닥을 닦아냈다. 별로 창피하지도 않았다. 이것도 나이가 듦의 징조인가. 이것만이 아니라 빙판에 넘어지기도 하고 얼굴에 뭐가 묻어도 모르고 돌아다니기도 한다. 운동신경이나 감각이 둔해진 거다.

몸이 둔해짐보다 더 걱정되는 건 마음이다. 나는 몸과 마음이 아주 유기적으로 연결된 체질이라서 기분이 우울하면 몸까지 아프다. 몸이 둔해지니까 비판적 생각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날을 세워서 강하게 비판할 주제도 대충 넘어가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무딘 정신은 학자나 비평가에게 특히 경계해야 할 늪이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치명적인 습관으로 굳어질 수도 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 점점 늘어나는 건 끔찍한 일이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몸과 정신이 둔해지는 건 늦출 수 있다. 이미 내게 스며든 둔한 성질이 더 굳어지기 전에 몸과 마음을 다시 다잡아야겠다. 운동도 다시 시작하고 쓸데없이 굳어진 머리도 깨우는 노력을 해보련다.

‘Wake-up call’이라는 영어 표현이 있는데, 문제가 있음을 알고 뭔가 해야 함을 깨닫는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다. 바닥에 흥건하게 엎질러진 라떼를 보았을 때가 내게는 그런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