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총파업이 지키려는 가치

미디어 학자의 시각에서 이번 언론 노조 총파업을 바라보는 심정이 착잡하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언론관계법’을 개정하겠다며 언론의 기본적인 역할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대기업의 방송 진출을 허용하며 언론을 시장 논리에 맡기려는 정책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하지만, 신문, 방송 등 언론은 그 시작부터 일반 상품과 다르게 태어났다. 언론은 권력의 부패를 감시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언론관계법 개정은 언론의 공공성과 권력 감시라는 기능을 마비시키기 위한 초석이다.

조선/중앙/동아일보(조선, 동아, 중앙)으로 대표되는 보수신문은 바로 권력 감시 기능이 사라진 언론의 대표적 모습이다. 조중동은 대운하, 광우병 위험 쇠고기, 뉴라이트 중심의 역사 교과서 수정 등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모든 정책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여당 기관지가 되었다. 정부와 여당은 조중동이 50~70%를 차지하는 신문세계처럼 방송도 장악해서 친정부적 친기업적 방송환경으로 만들기 위해 언론관계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 논리’가 아니라 ‘경제 논리’로 방송분야를 접근하겠다고 밝혔지만 두 논리는 다른 종류가 아니라 서로 한통속이다. 대자본이 마음대로 방송을 잠식할 수 있게 되면 대자본의 소유주가 공공의 이익과 상관없이 자사의 ‘이익’만을 위해 방송하게 된다. 공공의 이익이나 권력의 감시기능은 방송에서 사라지게 된다. 대자본에 잠식된 미국의 방송이 바로 그 증거다. 부시의 이라크전 당시에 미국 방송사들은 거의 비판 보도를 내지 않았다. 이라크에 대량파괴 무기가 없다는 소수 의견을 반애국적으로 몰아가는 파쇼적 선동방송 일색이었다. 이것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바라는 유토피아적 언론관이다. 예를 들어, 대운하를 파더라도 방송은 그 정책을 경제 회생이나 발전과 연결해 주고, 그 반대 의견은 모조리 경제발전을 방해하는 반애국적이라고 몰아세우는 것이다.

MBC, KBS, YTN을 조중동처럼 ‘이익’만 바라고 방송하도록 변절시키려는 법안이 한나라당이 추진하려는 언론관계법이다. 권력 견제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필요도 없는 방송으로 바꾸고 나면 정치 논리로 방송할 필요도 없다. 방송은 알아서 권력에 비위를 맞추게 되고 비리를 눈감아 주는 것은 일도 아니다. 조중동에 이어서 방송도 정부 여당의 편이 되면 견제당할 필요도 없으니 장기집권도 못 할 것도 없다.

지난여름 촛불시위에서 중요한 화제는 먹는 음식의 문제에서 시작된 싸움이었지만, 이번 언론 총파업은 생각하고 토론하는 장에 대한 싸움이다. 교과서 개정을 통해서 학생들의 의식을 바꾸려 하더니 이번에는 시민들이 토론하는 장마저 보수화하려는 목적이다. 이 정권은 4년 넘게 남은 임기 동안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공사판의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고 있다. 이미 그 의도대로 KBS와 YTN은 낙하산 사장을 통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언론관계법이 통과되면 MBC마저 위험한 지경에 처한다. 언론을 망가뜨리는 악법이 통과되는 것을 눈 뜨고 볼 수 없는 노릇이다.

현대사회는 이미 정치 권력을 통해서 언론을 장악하던 히틀러 시대는 아니다. 오히려 정치 권력을 통한 통제보다 더 효율적인 방식이 바로 독점자본을 통한 통제다. 미국 폭스 뉴스의 선동적 방송은 히틀러 치하 독일방송을 능가한다. 자본 권력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기를 쓰고 정치 권력을 자발적으로 옹호하는 방송을 하게 된다. 만일 부패한 정치 권력이 자본 권력의 보호까지 받게 된다면 자신의 잘못은 쉽게 감추고 대신에 멋지게 포장까지 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형성된 정치와 언론 자본의 공생관계는 웬만해서 깨지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언론관계법을 통해서 얻으려는 것은 바로 이런 보호막일 것이다. 이것이 정치 논리가 아니면 무엇일까.

‘조중동 방송’을 얻으려는 보수신문, 감시 없는 보호만을 얻으려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는 ‘언론 총파업’을 자사 이기주의나 산업 성장 논리로 돌파하려고 한다. 언론은 기업이기 이전에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는 공기와 같은 공공의 매체다. 언론의 심각한 위기 상황을 방관하는 것은 학자의 의무를 저버리는 일이다. 한국 언론의 기본적 권리와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서 거리로 나온 언론노조원의 정당한 파업을 미디어 학자의 한 사람으로 나는 적극 지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