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중음악상은 비평가들의 축제인가?

작년 5회 ‘한국대중음악상’에 대한 기사에도 썼지만 올해도 비슷한 생각이 든다. 우선 시상식 이름 자체가 한국대중음악상으로 정했으니 한국을 대표하는 상이 목표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에 어울리는 대표성을 갖추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한국인들이 듣는 대중음악을 골고루 아울러야 한다.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선정한 장르만 따져보자. 록, 모던록, 팝, 댄스&일렉트로닉, 랩&힙합, 알앤비&소울, 재즈&크로스오버, 영화TV음악 등 8개다. 록과 모던록을 나눌 정도로 정교한 분류를 쓰면서 재즈는 크로스오버와 묶고 있다. 제외된 장르는 없는가. 국악, 포크, 트로트는 상도 주지 않는다. 한국 대중음악상을 꿈꾼다면 공정한 장르선정을 게을리해선 안된다.

후보에 오른 뮤지션을 보더라도 언더그라운드에 대한 대단한 애정을 발견할 수 있다. 시상식 취지가 음반 판매량이나 인기에 편중된 기존 관행을 버리고 음악성에 초점을 맞춘다고 했다. 그 취지는 백번 존중하고 음악 시장의 다양성을 위해서 필요한 전략이다. 하지만 언더그라운드의 경우도 홍대에 주로 활동하던 밴드라는 것도 문제다. 지방에서 어렵게 음악 하는 뮤지션은 수상 후보에도 오르기 어렵다. 그리고 오버그라운드라고 해서 음악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니 선정부터 배제할 필요는 없다. 언더와 오버가 시상식에서 대등하게 서는 무대 자체가 공정한 경쟁의 장으로 더 바람직하다.

아이돌 가수는 이번 수상 후보에도 거의 거론되지 못했지만, 원더걸스는 포함되었다. 원더걸스의 음악성을 떠나서 선정위원의 대다수가 남자라서 그런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선정위원의 남녀비율도 충분히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홈페이지에 성별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정확한 비율은 알 수 없지만 이름으로 미루어 보더라도 여자 선정위원의 비율이 그다지 높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선정위원의 구성도 살펴보자. 5회 때는 41명이었으나 올해는 52명으로 11명이나 추가되었다. 하지만 그 구성의 특징은 변하지 않았다. 기자, 잡지 편집장, 평론가, 교수 등이 주요 선정위원이고 창작자에 가까운 사람은 라디오 피디나 디제이 정도가 있다. 속된 말로 해서 먹물 느낌이 강한 구성이다. 무슨 학술대회도 아닌데 교수집단이 왜 들어가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이런 구성의 선정위원이 어떻게 음악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잘해야 평론가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음악전문가라고 하면 뮤지션, 작사가, 작곡가, 음반산업 종사자 등인데 이들은 선정위원 목록에서 찾기 어렵다.

평론가 지식인 취향이 강하게 반영된 탓인지 먹물들이 좋아하는 록 장르에 대한 편애를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읽을 수 있다. 참고로 미국 대중음악상인 그래미의 선정위원 모두 음악 산업 종사자들이다. 평론가 지식인에게 강하게 기대는 대중음악상이라면 ‘평론가가 뽑은 한국대중음악상’이라고 명칭을 바꾸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한국의 그래미를 만들겠다고 했다. 한국대중음악상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 같은 방식이라면 곤란하다. 대중과 뮤지션이 공감하지 못하는 상은 공정성 시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뮤지션은 선정위원에서 배제되어 있지만, 대중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네이버를 통해서 ‘대중이 선정한 최우수 음악인’ 분야로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분야는 본상이 아닌 이벤트 상에 가까운 편이다. 그리고 네이버가 한국 최대의 포탈이라고 하나 다음이나 네이트 같은 포탈의 사용자는 대중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포탈이 돌아가면서 온라인 투표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방송사로부터 독립을 주장하면서 특정 포탈에 종속되는 것은 모순이다.

각방송의 연말 시상식이 자사 이기주의로 왜곡되는 상황을 타개하려고 마련된 것이 한국대중음악상이다. 또 하나 넘어야 할 산이라면 음악장르간 알게모르게 존재하는 벽과 대중의 음악 취향을 선도하려는 평론가집단의 힘이다. 어렵게 마련된 한국대중음악상이 공신력 있는 시상식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올해는 아이돌 같은 오버도 껴안으려 노력했고 선정위원의 숫자도 늘렸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여전히 부족하고 목마르다. 선정위원 구성의 다양화가 아쉽다. 개인적으로 ‘언니네 이발관’이 후보로 올라와 반갑지만, 서태지는 왜 선정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대중음악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서 한국대중음악상도 그 이름에 걸맞은 공신력 있는 상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