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을 공포에 떨게 한 땅콩버터

미국인들에게 땅콩버터는 한국의 김치와 비슷하다. 땅콩버터는 아침식사로 토스트에 발라먹기도 하고 샌드위치나 다른 스낵에 곁들이는 인기 음식이다. 살모넬라균에 오염된 땅콩 소식이 전해졌을 때 미국인을 느끼는 공포감은 극도로 커졌다. 왜냐하면 미국 가정의 90% 이상이 땅콩버터를 즐기며 한 해 동안 미국인이 8억 달러어치 땅콩버터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빵에 발라먹는 스프레드인 땅콩버터는 이민자의 음식이 아니라 미국에서 태어난 토종음식이다. 현재는 땅콩버터가 식품안전을 위협하는 비위생적 음식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원래는 건강 음식으로 개발되었다. 땅콩버터 개발에 관련된 두 가지 학설에 따르면 모두 건강식이었다. 첫 번째 학설에 의하면, 1890년에 세인트 루이스의 한 의사가 치아가 성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고기 대신에 먹이려고 개발한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이 땅콩버터였다. 또 다른 학설은 1895년 미시간주 존 켈로그가 채식주의자에게 단백질을 공급하기 위한 식단으로 만들었다고 전한다.

제2차 세계대전 때 고기의 가격이 치솟고 구하기도 어려워지자 군인들은 땅콩버터로 허기를 달랬다. 땅콩버터는 특히 아이들이 좋아해서 금방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다. 땅콩버터는 어떤 음식이나 잘 어울리는 편이라서 빠른 시간 안에 미국의 주요 음식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바나나, 꿀, 마요네즈, 피클, 아이스크림, 샐러리, 건포도, 양상추 등 함께 곁들여 먹을 수 있는 게 땅콩버터였다. 다목적 땅콩버터는 빵과 함께 미국인의 식탁에서 없어서는 안될 음식이 되었다.

땅콩버터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땅콩의 질감으로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땅콩의 입자가 살아있어 씹는 맛이 있는 땅콩버터와 미세하게 갈아서 크림 같은 땅콩버터가 있다. 주로 여자나 아이들은 크림형 땅콩버터를 좋아하고 남자들은 땅콩의 입자가 씹히는 땅콩버터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지역별로도 동부 사람은 크림형을 선호하고 서부 사람은 씹는 맛을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서부 쪽에서 선호하는 씹히는 맛의 땅콩버터를 좋아한다.

거의 주식이나 다름이 없었던 땅콩버터가 식중독균에 오염되었다는 소식은 미국인들에게 충격이었다. 미국 아이 한 명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먹어치우는 땅콩버터 샌드위치가 1,500개가 넘는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음식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했다. 부시 정부의 회전문 인사들을 농림부나 식약청 관리로 채용하거나 식품안전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후진적 관리가 문제였다. 오바마 정부가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 노력한다고 했으니 잘 지켜봐야겠다. 신자유주의를 향해 질주하는 이명박 정부는 기업규제를 철폐하는 데 앞장 서고 있다. 음식안전의 기준을 친기업적으로 낮춘다면 한국의 음식안전도 위험해질 수 있다.

땅콩버터는 값싼 비용으로 고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서민 음식이다. 허기를 속이는데 이만한 음식을 찾기 어렵다. 실제로 기아에 허덕이는 나라에서 땅콩버터가 기본이 된 구호 식품으로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땅콩버터는 최근에 안전기준에 부합하는 관리를 하지 못해서 위험한 음식으로 분류되었다. 2008년 9월부터 현재까지 땅콩버터가 들어간 음식 제품이 살모넬라균에 오염되어 미국에서 9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허술한 음식안전기준을 악용한 비윤리적 기업 때문에 무고한 시민들이 고통받았다.

땅콩버터는 건강식으로 개발되어 대중적 음식으로 성장하여 미국의 아이콘이 되었다. 경제위기로 하루하루가 우울한 미국에서 이런 음식도 마음 놓고 즐기지 못한다면 그보다 큰 위기가 어디 있겠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언제나 함께해 온 친구가 어느 날 적이 되었다면 당신은 어떤 기분일까.